집단사고(Group Think)를 경계하라 -『삼국지』에 묻다 -

우리가 속한 조직집단의 리더 중에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리더도 있지만, 정말 형편없는 리더도 있다. 이런 리더들은 대개 무례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라, 능력있는 직원들을 단체로 떠나게 하거나, 때로는 재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런 리더들은 대개 지나치게 자존감이 강하고 자만이 넘치는 사람들로 자기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삼국지』의 군웅 중 실패한 리더 원소袁紹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속한 조직집단의 교훈으로 삼을까 한다. 원소가 살던 한나라 말기는 난세의 시기였으며 날마다 봉화불이 치솟는 불행한 시기였다. 난세를 치세로 분열을 통일로 바꾸고자 수많은 영웅들이 검푸른 파도처럼 몰려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가기도 했다. 이 시기는 신분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었다.  
 

첫 번째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실행가)’이 된 리더는 동탁董卓이었고, 동탁이 죽자 두 번째 기회는 황하 이북을 차지한 원소袁紹였다.

원소는 사세삼공의 벼슬을 지닌 명문가문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비록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위엄있는 용모에 넓은 도량과 식견을 갖추었기에 이 시기에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엘리트였다.

원소袁紹는 조조曹操와 북방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이것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관도전투官渡戰鬪(서기 199년)인데, 관도전투 당시 원소는 조조에 비해  병사와 물자 그리고 인재 면에서 절대적인 우세였다. 후대의 사가 진수의 『삼국지』에서도 당시의 국방력을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원소 진영에는 병사 10만, 갑옷 1만 벌, 전마 1만 필, 식량 1만 여 수레이고,
조조 진영에는 병사 1만,  갑옷 20벌, 전마 삼 천 필, 식량 한 달치 정도였다.”

관도 전투는 원소에게 북방의 맹주가 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원소는 참모들을 소집하여 전략을 논의한다. 참모들은 ‘단기전’으로 전쟁을 치르자는 일파와, ‘지구전’ 가야 승리하는 일파로 나누어졌다. 단기전을 주장한 사람은 원소를 비롯하여 곽도, 심배, 봉기 등이었고, 지구전을 주장한 참모는 저수와 전풍이었다.

두 라인 간의 대화 내용을 보기로 하자.

지구전을 주장한 저수는 원소에게 진언한다..
“주공! 아군은 많으나 적군보다 용맹하지 않고, 적군은 용맹하나 식량이 부족하여 지구전에 약하니, 기다리면 적군은 자멸할 것입니다. 단기전을 하면 조조에게 패할 겁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러자 단기전을 주장한 곽도는 심배와 함께 이렇게 진언한다.
“주공! 『손자병법』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군의 군사가 적보다 열 배 많으면 포위하고, 5배 많으면 공격하고, 두 배 많으면 분산하여 공격하고, 군사의 수가 같으면 최선을 다하고, 군사의 수가 적으면 도망가고, 승산이 없으면 일찍이 포기하라’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주공의 귀신같은 용맹함과 우리 군대의 강대함으로 하찮은 조조를 없애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기 보다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사납게 몰아붙이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원소는 마침내 평소에 자신이 편애하던 심배와 곽도의 손을 들어 ‘단기전’으로 결정해 버린다.
 그러자 저수는 다시 한 번 간곡하게 간언한다.
 “주공! 다시 한 번 숙고하여 주시 옵소서!”
원소는 화를 내면서 군기를 흐트린다는 이유로 저수를 하옥시키고 만다.
지구전을 주장한 저수와 원풍이 모두 감옥에 갇히게 되자, 이후로 감히 지구전을 하자고 간언을 올리는 참모는 없었다.

일 년 여의 전쟁 막바지에 원소의 참모인 허유의 배신으로, 오소烏巢에 있는 곡식창고가 불태워진다. 그러자 원소 진영은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조조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원소는 조조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세하였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패망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었던 것이다. 원소가 만약 관도전투에서 지구전으로 갔다면 조조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허유가 조조에게 도망 왔을 때 조조에게는 겨우 보름치도 안되는 식량만 남아 있었다.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도 이러한 일이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소통하지 못한 집단은 성공할 수 없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전한다.

원소는 조직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감히 반대의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였을까? 그것은 자신은 명실상부한 엘리트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고의 명문가문에서 태어나 ‘반동탁 타도 연합군’의 대장군이었고, 이후 황하 이북을 차지한 당대 최고의 실력자가 아닌가! “내가 누구인가?”라는 엘리트의식에 젖어 자신이 결정한 의사가 최상의 결정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의 의견을 냈던 전풍은 하옥되었다가 원소가 조조에게 패한 후 분풀이로 죽임을 당하였으며, 저수는 감옥에서 조조에게 항복을 불사하다 전사하였다.

엘리트의식은 ‘집단사고(Group Think)’를 불러 왔다. 집단사고란 ‘리더가 선호하는 대안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다. 집단사고에 빠지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는데, 자신이 결정한 의견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착각환상에 젖게 된다. 그래서 조직원들은 알아서 자기 검열을 통해 반대의 의견을 올리지 않게 된다. 원소의 참모 심배는 맹목적인 충성심에서 원소 편에 섰고, 곽도는 원소가 눈앞의 성공과 이익에만 급급하고, 뛰어난 엘리트의식에 젖어 있다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첨하는 말을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나 변화에 둔감해 상황적응 능력이 떨어지게 되었든 것이다. 결국 원소의 패망원인은 집단사고에 빠져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된 것이다. 원소는 전한前漢의 개국공신 장평과 진량의 지모에 필적하는 전풍과 지수와 같은 참모를 거느리고도 인재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였다. 그는 아첨하는 부하들의 편에 서서 의사결정을 하고 만 것이다.
 

원소가 지나친 엘리트의식에서 오는 ‘집단사고’를 경계하였다면, 『삼국지』의 주인공은 원소였을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다양함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단장과 같이 서로 다른 음을 화합하여 아름다운 한 음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공자는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 했다. 즉 “군자는 다양함을 통일시켜서 최고의 결정을 내리고, 소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화합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리더는 화(和)하는 군자가 되어야지 동(同) 하는 소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원소와 같은 얼간이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냉철한 매의 눈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혜안을 지녀야 한다.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낮추고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부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부하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입으로는 그래! 그래! 하면서 한쪽 귀로 흘리지 마라. 그리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선택적 경청이 돼서는 안 된다. 부하의 말을 가슴으로 느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을 지녀야 하며, 절대로 자신 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