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시황제가 감동했습니다. “대체 이 책은 누가 쓴 것이냐? 과인이 이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마무리한 것은 법가의 냉혹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라 알려진 한비자. 저의 첫 이야기는 한비자에서 출발합니다.

노사관계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법과 원칙”의 강조를 말씀하십니다. 공권력에 대한 강한 열망도 있으시지요. 혼란이 있을 때마다 법치를 강조하십니다. 한비자에 대한 이해와 오해도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시황제의 철권통치가 한비자의 이론에서 근거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비자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오직 처벌이나 엄격함일까요? 저의 독법은 조금 다릅니다. 한비자는 system에 의한 통치를 강조했습니다. 기준 없는 인치(人治)가 조직을 약하게 하고 리더가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의사 결정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법(法)이라고 합니다.

“전하, 한 나라가 항상 강한 것도 그렇다고 항상 약한 것도 아닙니다. 만약 법을 따르는 것이 강하면 그 나라는 강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법을 따르는 것이 약하다면 그 나라는 약해질 것입니다. (國 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

한비자가 말하는 법(法)이라고 하는 것은 법률(law)이 아니라 원칙(principle)입니다. 원칙에 의한 지배야 말로 전국시대의 혼란을 끝낼 유일한 가치라 생각한 것입니다.

“현명한 군주는 법도에 따라 사람을 선택하지 자기 멋대로 등용하지 않습니다. 법으로 공적을 헤아리지 주관적으로 결정하지도 않습니다. 재능 있는 자가 가려진 채로 있을 수 없게 하고 과오가 있는 자는 죄를 숨기지 못하게 하고 명성이 높다는 것만으로 등용되는 일이 없으며, 비방을 받았다고 해서 단번에 내치지 않아야 합니다. (故 明主 使法擇人 不自擧也  使法量功 不自度也   能者不可弊 敗者不可飾 譽者不能進 非者弗能退)"

오랜 경험은 자신을 과신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感)과 직관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게 됩니다. 한비자는 그런 상황을 우려한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목수라 하더라도 눈대중으로 길이를 맞출 수 있지만 반드시 자와 컴퍼스를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巧匠目意中繩  然必先以規矩爲度) 지혜가 월등해 일을 민첩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반드시 법도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비자는 원칙의 확인을 통해 조직이 좀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법의 냉랭함이 아니라 냉정한 제도의 운영을 통해 조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만족을 주장한 것이 한비자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