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인노무사가 되자마자 저는 한 회사의 평가제도 설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이 해고나 산재 사건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때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만 해고 평가 제도 설계의 기본은 목표관리기법(MBO)였습니다. KPI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이고 BSC도 소개되기 전이었습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개발 새발 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지만 당시 그래도 최신 유행 기법을 도입한다는 자부심만은 대단했습니다. 그 뒤 BSC 열풍이 불었고 이제 KPI라는 용어는 경영에 있어 일상적이기까지 한 세월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저성과자 문제로 고민하는 어느 기업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판례의 태도나 입장에 대해 조언도 드리고 저성과자 문제를 소통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드렸습니다. 성과를 소통으로 이해하는 저의 태도가 독특하게 느껴지셨던지 이런 저런 질문이 더 오고 갔고 그러던 중 MBO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드러커가 MBO 도입을 주장한 것은 평가를 측정이 아닌 교육의 일부로 이해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평가자가 심판이 아니라 코치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MBO의 열풍을 가져오게 한 것이지요. 제가 드린 설명은 MBO의 가장 기본적인 설명이었습니다. 

담당자께서는 그제서야 동의하시며 "맞아요. MBO가 그랬었죠. 이거 뭐 세월이 오래되니 다 까먹어 버렸네"라고 웃으셨습니다. KPI 지표에 매몰되다 보니 평가 본연의 역할을 잊은 건 아닌가 생각된다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中庸其至矣乎 民鮮能久矣  
중용이여, 참으로 지극하도다! 아 사람들이 거의 그 지극한 중용의 덕을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구나.


중용의 소위 능구(能久)장의 내용입니다. 공자께서는 사람들이 "지속함이 없다"고 개탄하셨습니다. 지속해라! 그러면 너는 군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최신 경영기법이 난무하는 요즘. 
유행보다 원칙에 충실하고 변화에 휘둘려 행하고 말기를 반복하기 보다 지속함을 좇는 건 어떨까요? 

평가의 최신 기법은 많아졌습니다만 드러커가 무려 50년 전에 했던 그 고민. 
평가는 측정이 아니라 육성이라는 그 생각을 지속해 본다면 변화의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좋은 방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설날에 세운 작심이 삼일을 넘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