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창업 특강을 위해 어느 대학교를 찾았을 때였습니다. 말이 창업 특강이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 창업 준비에 들어 갔을까 생각해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그 중 한 친구가 어색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물었고 난감해 하는 표정을 보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중국사람입니다.” 그 친구가 난감해 했던 건 자신의 준비가 아니라 한국어였습니다. 느리지만 정확한 말투로 자신은 한국과 중국을 잇는 화장품 회사 창업을 준비 중에 있고 얼마 전 오송  뷰티박람회(특히 발음을 어려워했습니다)에서도 많은 바이어들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간단한 질문을 하고 수업으로 넘어가려 했던 시간을 젊은 중국 사업가에게 한참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子曰 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過之 愚者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過之 不肖者 不及也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중용의 “지미(知味)”편에서 공자는 ‘지식이 있거나 현명한 사람은 지나쳐서 어리석은 사람은 모자라서’ 아쉬움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음식은 먹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비유를 들면서 말이지요.

“맛”을 안다는 것. 그것은 감각의 영역입니다. 평가나 측정의 영역을 넘어선 그 무엇이라는 뜻일 겁니다. 지식이나 이성만으로는 넘치기 쉬울 뿐 “맛”에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자는 중용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때 각광을 받던 자기개발서들이 요즘 시들하다고 합니다. 자기 삶의 성공이나 행복이 지식으로 채울 수 만은 없다는 반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성공, 행복. 이 모든 것들도 그 “맛”을 알 때 도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창업 특강에서 그 중국인 청년 사업가는 젊음과 창업의 “맛”을 하는 친구였습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더듬더듬 설명하는 그 과정에서 보였던 눈빛, 표정, 손짓. 하나 하나가 자신감을 말하고 있었고 그 맛에 흠뻑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음을 위로하거나 독설로 위협하는 요즘입니다. 스팩은 넘치지만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기업은 아우성입니다.

무미(無味)의 성찬(盛饌). 득템의 시대.

저는 사람의 “맛”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