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잠깐 목을 축이고 있었습니다.

“강사님, 오늘 강의 참 좋았습니다.” 한 분이 다가와 저에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저에게 “강의 중에 저는 리더십은 ‘변화를 다루는 일종의 기술’이라는 대목이 참 많이 와닿네요.”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리더십을 정의할 때 코터 교수의 말을 빌어 개인적 성향이나 특성과는 무관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리더’라고 하면 흔히들 “카리스마나 아우라가 있는 장악력의 소유자”라고 하거나 “외향적 성격에 두주불사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변화의 시대. 그 변화에 맞서 비전을 세우고 동기 부여를 해내는 일종의 경영 기법 혹은 기술”이라는 것이 코터 교수의 설명입니다. 짐 콜린스 교수는 오히려 카리스마의 소유자들이 조직 발전에는 해가 된다고 하지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늘 고민이었다는 그 분께서는 강의를 통해 어떤 해법을 얻어갈 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늘 감사한 순간입니다.

정관정요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제왕과 일반인, 성현과 어리석은 사람은 높고 낮음이 분명히 다르고 견지하는 관점도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우 어리석은 사람은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을 대하고 지극히 미천한 사람이 지극히 존귀한 사람을 대할 경우에 그 사람들은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뭔가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관정요에서는 리더와 조직원의 관계가 이미 상하가 나뉘어져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수평 조직이다 벽을 허물고 대화한다고 하더라도 조직은 조직일 수 밖에 없다고 조직원들은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만약 리더가 “뛰어난 지혜와 언변으로 조직원과 논쟁을 벌이게 되면 조직원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아래 글을 꼼꼼히 읽어 보시지요. 어느 조직이든 이끌고 가시는 분들이시라면 저를 포함해 가슴이 뜨끔할 문장입니다.

“폐하께서 은혜로운 명령을 내리고 얼굴빛을 자애롭게 하고 진지한 태도로 다른 살마의 말을 청취하고 마음을 비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도 아랫사람들은 감히 정면으로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폐하께서는 신령스런 지혜를 발휘하고 뛰어난 변설을 구사하며 언어를 꾸며 신하들이 내세우는 논거를 반박하고 옛말을 인용해 신하들의 논의를 물리치고 있으니 신하들이 무엇에 의지하여 폐하와 커뮤니케이션하려 하겠습니까?”

정관정요는 웅변을 줄이고 호연지기를 기르라고 합니다. 대화에 관한 그 많은 이론들은 입을 닫고 귀를 열라고 하지요. 그런데 리더분들 어떻습니까? 귀를 열라고 열리나요?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너희들은 잘 몰라서...." 라 생각되면서 폭풍웅변(?)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귀를 여는 것은 마음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호연지기의 마음 하나를 가슴에 묻고 그렇게 들으라는 것이 정관정요의 권유입니다.

다시 새해입니다. 호연지기의 마음으로 웅변을 줄이는 것을 새해 목표로 소통이 충만한 조직. 만들어 가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