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부인을 빼고 다 바꿔라. 그렇게 변화를 선언하며 성공을 이끌어 낸 기업이 있습니다. 당시의 선언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자극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변화. 모든 기업이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변화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의 차원이라도고 합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번 기회에 기업 생존의 화두가 된 이 말의 의미를 되세게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집어 든 고전이  "중용"입니다. 변화와 중용? 상반된 것은 아닌가 하실 겁니다.

중용이라 하면 흔히 모나지 않게 행동하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나는 중용을 지킬꺼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나는 이 판에 끼여 들지 않을꺼니 알아서들 해"라거나 "무난하게 갈꺼야" 정도로 이해될 겁니다.

어느 기업의 모토가 "중용"이라고 합니다. 과거 그 기업과 많은 일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가 "우리 회사는 중용이 모토라 변화하지 못해요. 기업이 중용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중용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양시양비" -  둘 다 옳고 둘 다 그르다 - 그래서 구별이 무의미하다는 회색의 논리일까요?

결론부터 드립니다. 고전학자로 최근 "논어. 마흔에게 묻다"를 낸 신정근 교수는 중용을 간명한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우뚱한 균형"

마치 쟁반 돌리기 서커스의 막대 위 쟁반처럼 끊임없이 "환경"을 보며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용이라 설명합니다. 양 쪽의 논리에 대해 산술적인 가운데가 아니라 모든 조건을 고려해 끊임없이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라 해석하지요.

그래서 중용은 혁명의 논리라고 합니다. 무리한 주장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반대에 서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라는 것이지요. 심지어 군주가 패악을 일삼으면 패악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용이라고 합니다.

그 혁명의 논리를 기업 변화에 끌어 올 수는 없을까요? 제가 중용을 꺼내 든 이유입니다. 기업은 전략 단위의 큰 변화만큼 일상적인 현장의 끊임없는 변화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일상성"이 더 요구되기도 할 겁니다. 저는 그것을 중용에서 찾아 볼까 합니다.

복날의 유래를 아십니까? 오행에서 여름은 불(火)을 의미하고 가을은 쇠(金)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가을이 여름의 기운이 약해지는 틈을 타 공격하려다 불 기운에 다시 고개를 숙이는 날이 복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복날의 복이 엎드릴 복(伏)이라고 하지요. 

그런 복도 이제 지나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요. 그 변화의 시작. 일상에서의 변화. 중용에게 변화를 묻습니다.